2009년 06월 30일
게임 번역,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 2)의 로컬라이징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한글화 때에 이미 한번 불거진 문제로, 영어에 대한 사대주의와 과도할 정도의 완역은 게임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린다라는 두 가지 큰 입장이 맞선바 있다. 이번 스타 2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문제이다. 이미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라는 전작이 존재하고, 각종 게임리그를 통해 각 유닛들의 명칭이 일반화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 2는 기존의 유닛의 명칭을 포함, 대부분의 유닛과 건물에 대한 명칭들을 완역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용어, 다시 말해 유닛들의 이름에 대한 음차를 유지하는 쪽이 낫다는 쪽과 완벽하게 한글화를 이뤄야 한다는 파로 나뉘어 팽팽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쟁의 원인은 무엇인가?
1. 외국어 사대주의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경우에도 외국어에 대한 사대주의에 가까운 선호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판타지나 라이트 노벨과 같은 장르 소설에서 등장하는 각종 용어들이나 게임, 만화 등에 등장하는 단어들만 살펴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용어를 한글로 바꾸어 놓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촌스럽다”, “유치하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일부에서는 이렇게 외국어로 이루어진 단어를 남발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사실 올바른 국어 생활에 있어서 외국어의 남발로 인한 언어의 파괴는 좋은 일이 아니다. 의미적으로도 해석적으로도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의미를 갖는 단어에 대해 외국어 쪽이 좀 더 낫다는 생각은 어찌 보면 외국어에 대한 사대주의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순 한글과 한자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 있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와 “치아”는 둘 다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지만 한자어인 “치아”쪽이 일반적으로 “고상하다”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국어의 예절에 있어서는 한자어가 순 한글보다 높임말로써의 위상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성향은 상대적으로 다른 외국어 ― 영어와 같은 서구권 언어에 대한 사대주의적인 성향을 갖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스타 2의 경우에도 기존에 “마린”이라고 부르던 유닛을 “해병”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되니 일부에서 “그렇게 바꾸면 뭔가 유치하다”라는 반응이 나왔었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상대로 자주 사용된 논리가 외국어 사대주의자라는 낙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외국어 사대주의의 범주만으로 스타 2의 완역에 대한 거부 반응을 몰아붙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2. “Marine”, "Siege Tank”는 고유 명사인가 일반 명사인가?
이번 스타크래프트의 번역된 단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전에 등재된 의미로 번역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상당수의 단어는 기존에 일반 명사로 알려진 단어들이며 의미적으로도 그러한 단어들에 대한 뉘앙스를 상당수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블리자드의 현지화의 성향은 “원어의 의미에 가장 가까운 현지어로의 대체”가 중심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번역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이러한 일반 명사에 대한 단어가 대체된 예로는 WOW가 있는데 “Fire Ball”이라는 판타지에서 매우 익숙한 단어를 “화염구”로 번역한 것을 필두로 상당수의 단어가 해당되는 언어로 변환이 많이 이루어졌다. 이번 스타 2의 한글화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는 집단의 경우에도 이러한 WOW의 예를 들어가며 “한글화가 어색한 것은 단지 익숙함의 차이일 뿐이다”라는 논리로 반대편에 대항을 하고 있다. 실제로 언어라는 것은 그 특성상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익숙함”의 문제라는 그들의 주장 역시 타당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의 대체”가 과연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느냐의 부분을 살펴보면 약간 고개를 갸웃 할 수 밖에 없다. 분명 “Marine”, “Siege Tank”의 단어는 “해병”, “공성 전차”라는 사전적인 의미가 존재하며 본래의 뜻에 상당히 근접해 있는 한글 대체어이기도 하다. 영어권에서의 “Marine”은 미 해병대 소속의 돌격적인 성향의 보병대의 이미지인 반면 한국어의 “해병”은 팔각모를 쓴 튼튼한 병사 ― 심지어는 귀신도 잡는다는 ― 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실제 수행하는 역할 등에 있어서는 거의 동일하지만 이미지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를 제작한 블리자드 사에서는 아마도 우주선과 상륙함이 같은 공통적인 부분과 그 탑승체에서 전장으로 양륙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보병의 기능적인 부분에 있어서 “Marin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겠지만 실제 플레이를 하다 보면 “Marine”이라는 유닛의 대사 등에서 미 해병대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Marine"이 "해병"으로 번역되는 부분에 있어서 큰 문제는 없는 편이기는 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스타의 "Marine"은 그런 "해병"의 모습보다는 스타쉽트루퍼스나 워해머에서의 "Space Marine"의 모습에 가깝다보니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해병"보다는 "우주해병"이라는 쪽이 뉘앙스 측면에 있어서는 더 가깝기에 현재의 번역에 거부감이 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예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국내 판타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Sword Master”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검의 달인”정도로 대체할 수 있기도 하고, 기본적인 의미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검의 달인”이라는 용어에서 “검기를 내뿜고, 웬만한 금속을 두부처럼 자르는” “Sword Master”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가? 아마도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다시 스타 2로 넘어가보자. 저그의 유닛인 “Overlord”의 경우 스타 2에서는 “대군주”로 번역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Overlord”는 저그의 하위 유닛을 제어하기 위한 사념파의 허브(Hub) 역할을 하는 유닛으로 모든 유닛이 “Overlord”의 사념파 제어 ― 이른바 “밥집”이라고 표현하는 ― 를 받는 다는 부분에서의 역할적인 측면에서 그 의미는 맞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Overlord”에 감시 기능이 달린 “Overseer”가 “감시자”로 번역이 될 경우 “Over”라는 두 유닛간의 공통성과 “Over”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복수적인 의미, 다시 말해 높은 위치에서의 관조자라는 의미와 곳곳에 배치된(all over) 유닛이라는 의미 등이 충분히 담겨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물통”이라는 뉘앙스로 새롭게 생겨난 단어인 “Tank”(전차)에 가깝다.
결국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유닛들의 용어는 일반명사이지만 실제로는 그 일반명사가 갖는 의미를 빌려 쓴 신조어에 가깝다고 봐야 하며, 이것을 단순히 일반명사나 고유명사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래의 의미와는 다른 부분이 엄연히 존재하는 단어를 단순히 사전적인 의미로 바꾸어 놓은 것이 올바른 번역인가라고 생각해 보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테란의 “Marauder”와 같은 유닛은 “Maraud”에서 만들어진 명사로 “약탈”이라는 의미와 함께 “습격”이라는 의미를 갖는데 적진에서 무언가를 훔쳐내기보다는 강력한 아머와 무기로 공격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약탈자”라는 번역보다 "중장보병", "강습병"쪽이 그 의미가 명확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번역은 분명 문제의 요소를 안고 있는 것이다.
3. 한자어와 유의어의 남용
이것은 WOW시절부터 있어왔던 문제다. 완역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잘 쓰지 않는 한자어를 조합한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오히려 의미전달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비슷한 의미를 갖는 단어가 남발되는 경우 ― 소각, 태우기, 불태우기와 같은 ― 도 상당히 많았다. 사실 게임 용어라는 것이 익숙해지면 쓰는데 불편한 점이 없긴 하지만 의미 자체를 알 수 없는 한자어로 바꾸어 놓게 되면 번역을 하게 된 의미가 없다. 프로토스의 유닛 중 “Nullifier”와 같은 경우 “Nullify”(무효로 하다, 파괴하다)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이를 초반에는 “무화기”(無化機)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한자어로 쓴 바 있다.(현재는 Disruptor로 개명 후 "분열기"로 번역함) 이러한 번역이 과연 뜻을 제대로 담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며, 그 의미를 알기도 힘들다.
특히 “Carrier”와 “Mother Ship”은 각각 “모함”, “모선”으로 번역이 되었는데 두 단어는 비슷한, 아니 사실 동일한 단어이다. 하지만 각 단어들은 본래 “항공모함”, “지휘함”이라는 의미에서 그 뜻을 빌려온 만큼 오히려 “우주항모”, “지휘선 or 지휘함”이라는 형태로 번역하는 게 기존 단어의 활용이나 일반적인 의미의 구분에 있어서 더 명확하지 않았을까?
또 “Zealot”의 경우 “광전사”로 번역이 되었는데 보통 이 단어는 “Berserker”라는 단어의 번역어로 사용이 되며, 프로토스의 스토리상 “칼라의 율법과 대울의 법칙에 대한 광신자들”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상실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차원분광기, 분열기, 집정관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한자어 단어 등으로 남발된 스타 2의 번역을 살펴보면 과연 이것이 현지화가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며 단지 “영어 -> 한자어”로의 변용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4. WOW의 선례
일반적으로 스타 2의 번역과 관련한 문제에서 WOW의 선례를 들어 반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타 2와 WOW의 몇가지 차이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WOW의 경우 기존의 Warcraft(이하 워크)의 세계관을 빌려 만든 후속작의 성격을 갖지만 워크가 전략 시뮬레이션, WOW는 MMORPG라는 부분에서 기본적인 장르적 차이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WOW의 경우 해당 국가 내에서만 서비스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내부에서 어떻게 이름을 부르건 타국과의 큰 관계가 없다는 부분이다. Ice Bolt를 “얼음 화살”이라고 부르건, “얼음 탄환”이라고 부르건 결국 그 국가 내에서 익숙해지면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알고 사용하지만 스타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특히 배틀넷과 같은 공간적 제약이 없는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경우에는 용어적인 측면에서 일정한 공통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열외의 대상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고유명사도 자기들 나라에 맞추어 변환하기 때문에(윈드러너가 풍보행자였던가) 그야말로 완전한 번역을 하지만 배틀넷에서 그들과 게임을 하다보면 원래의 영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래서는 완역을 한 의미가 없지 않은가?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용어의 측면에 있어서의 공통성을 갖는다라는 부분을 생각해 볼 때 ― 야구의 경우 더블 플레이가 병살, 스리 스트라이크가 삼진 등으로 번역이 되기는 했지만 에러, 스트라이크, 볼, 아웃 같은 기본적인 용어는 그대로 사용한다 ― E-Sports의 대표적인 주자인 스타가 유닛 명을 그 나라에 지나치게 맞추려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인가는 심도있게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5. Might of Magic 6의 악몽
과도한 번역 및 오역의 대표주자인 마이트 앤 매직 6. “Chain Mail”이 “사슬 편지”가 되고 “Turn Undead”가 “언데드로 만든다”가 되는 이 치명적인 번역은 이미 업계의 전설이다.(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창에 “마이트 앤 매직 6 번역”으로 검색해 보시라!) 물론 단어를 잘못보고 오역을 한 부분도 상당수이지만 단순히 단어가 갖는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바로 번역을 한 결과물이다.(MM6의 번역체를 가리켜 "왈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번역의 문제는 이미 워크에서 공식 한글 패치의 “Who? Me?”를 “누구? 저요?”로 번역했던 경우나 디아블로 2의 경우 ― 디아블로는 번역보다는 폰트가 구려서 원어판을 선호한 경향이 크지만 ― 를 생각해 볼 때 이번엔 배급사에서 만든 한글화가 아닌 블리자드 직영이라고 하나, 스타 2의 번역이 과연 제대로 현지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미 “Raven의” 기존 명칭인 “Nighthawk”를 “밤매”라고 임시 명명했던 부분이나 WOW에서의 많은 스킬들이 직역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 최근 블리자드 코리아는 울두아르의 히든 네임드인 알갈론의 경우 Worm Hole을 "벌레구멍"으로, Black Hole을 "검은구멍"으로 직역하기도 했다. ― 스타 2에 등장하는 스킬이나 관용어구들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으라는 보장도 없다.
마치며...
필자는 공대생이다.
교수님들은 언제나 학기 초에 원서 교재를 선택하시며 원서를 쓰는 이유로 “실제 업계에서 활동하기 위한 레퍼런스는 전부 원어로 되어 있고, 대부분의 번역서들이 정확한 기준 없이 용어가 난잡하게 이루어져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어찌 보면 게임의 번역도 이러한 범주에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국내에 들어오는 게임들은 공통적인 용어임에도 제각기 사용하는 명칭이 다르고, 그로 인해 오히려 번역이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 공개된 스타 2의 유닛과 건물의 번역 명칭은 기존의 스타크래프트 플레이어들과 스타 리그를 시청하던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용어의 번역이 현지에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 문제를 단순히 “한글 번역어가 촌스럽네요”, “영어 사대주의자들 닥쳐”식으로 무의미한 논쟁을 벌이는 것 보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올바른 번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이 보다 생산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by | 2009/06/30 18:02 | 트랙백(1) | 덧글(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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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번역은 언제나 항상 어려운 문제였다.
게임 번역,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트랙백한 게시글을 쓰신 류가희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번역이라는 것은 참으로 껄끄러운 문제이다. 어찌보자면 서로 다른 두 말글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인가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 어느 쪽이 더 중요한 지는 각자 다 생각이 다르겠지만(유명한 <반지의 제왕> 같은 경우에는 아예 톨킨 옹께서 번역 지침을 제시했기 때문에 그냥 따라가면 되는 일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번역에는......more
그리고 워3, 디아2의 경우가 이번 사안과 다르다고 하지만 울두아르의 히든 네임드인 "알갈론"의 스킬인 "검은구멍"(블랙홀), "벌레구멍"(웜홀) 등의 예를 보면 블리자드 코리아에서 하는 한글화라고 해서 마냥 정상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보이는군요.
뭐하러 잘못된 예를 굳이 지키려고 하시는건지.. 전체적인 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데
Nullifier -> 무화기의 예는 그동안 공개되었던 정보들 중에서 유난히 한자어로의 강제 번역이 심했다고 판단되는 부분이기에 잘못 알았던 정보 부분만 수정하고 유지하였습니다.(무화기라는 이름에서 전 처음엔 무화과처럼 "꽃이 없는"것을 생각했죠)
또한 워3와 디아블로2의 예는 배급사에서 제공한 한글 패치이지만 일반적으로 그 두 게임이 블리자드사의 게임이라는 게이머들의 인식이 있기에 예로 든 것 뿐입니다.(MM6의 예에 대한 연장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물론 다들 '촌스럽다' 따위의 유치한 의견은 없었습니다만, 이것을 e-sports화 되어 적용하니 문제는 꽤 크더군요.
기존의 스타크래프트 1에서 익숙한 '드론'의 경우 '일벌레' 라던가 시즈 탱크의 경우 '공성 전차' 가 된다면... E-sports 해설은 약간 우습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공성전차 공성모드로 전환했어요! 일벌레 위험해요 일벌레!! 일벌레 땅굴파기로 숨어요!!"
...이건 좀... 아닌것 같긴 했습니다.
게다가 Roach(바퀴) 같은 경우는 "바퀴벌레같은 회복력"을 강조한 형태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Wheel"을 생각할 수도 있겠더군요. 동음이의가 될 수 있는 용어나 다른 표기인데 같은 의미인 단어의 사용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고요.
테란의 "지점방어 유도기"같은건 이름만 봐선 기능도 알 수 없을 정도라는 것도 문제가 있겠네요.
그런고로 게히온 디스터버다 'ㅅ'
태그도 와닿고요 ㅋㅋ
엘븐 체인 메일 -> 열한개의 사슬갑옷.
-네피
단어(콘텐츠)를 만들어낸 사람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익숙한 것을 따르기 마련이니, 그런 반발을 문화적 사대주의라고 매도하는 것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는 데도 동의합니다.
외국어 단어가 가진 문화적 배경을 온전하게 포함한 우리말이 없는 경우도 많다는 데에도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유명사를 제외한 한글화에 찬성하는 이유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반드시 그 용어가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 온전하게 이해한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마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해병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원저작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동사를 예로 들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마세이'라고 말하건 '찍어치기'라고 말하건 실제로 그 사람이 당구에서 그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의 얘기입니다. 그 용어의 원리는 무수한 연습을 통해 터득하겠지요.)
우리 문화가 만든 콘텐츠가 아닌 이상, 번역을 통하건 원음을 우리말로 표기하건 그 정확한 뜻을 아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그런 번역의 한계는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말이 외국어의 발음기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새로운 단어(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히 "Roman"같은 단어만 하더라도 일본식으로 만들어진 한자어인 "낭만"으로 바뀌는 것만 봐도 번역이라는 작업이 단순히 외국어->외국어에서 차용된 용어로 바뀌는 경우도 많은데다가 판타지에서의 용어들이 대부분 외국에서 시작된 것이다보니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과정에서 그런 표현이 뇌리에 깊숙히 박힌 점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차차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스타2의 번역은 우리나라의 정서나 아름다운 한글을 위한 표현이라기보다는 중국 로컬라이징을 위한 한자어를 한국어로 읽어놓은 것만 같다는 점에서 실망을 갖고 있습니다. Bunker같은 경우엔 "적의 포격이나 총탄을 막기 위한 구조물(보통 지하에 설치하는)"이라는 의미로 현재 국내에선 일반적인 군사 용어로 사용되지만 억지로 "엄폐호"라고 번역을 해버렸을 정도니까요.(엄폐호라는 표현은 오히려 이러한 구조물 보다는 고지 등에 땅을 파서 만드는 진지나 개인용 참호 같은 뉘앙스를 줍니다)
그건 아닙니다.
최초에 마린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곳은 로열 마린즈(Royal Marines)로서 영국의 해병대가 시초입니다.
미국에서는 로열 마린즈를 본따서 U.S. Marine Corps를 창설한 것 입니다. 그리고 한국 해병대도 R.O.K. Marine Corps으로 마린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애초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에서 마린(해병)의 개념은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쪽 해병도 상당히 마초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리고 유념해야 할 것은 질럿은 사실 질럿이 아니고 오버로드는 사실 오버로드가 아닙니다.
애초에 프로토스는 설정상 영어를 쓰는 종족이 아닙니다. 질럿이라는 명칭은 영어를 쓰는 테란의 입장에서 편의상 붙인 이름이지 그 자체가 본질은 아닙니다.
저그의 유닛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것들을 편의상 구분하기 위해 붙여 놓은 이름이지 그 이름 자체가 본질은 아닙니다.
테란은 몰라도 이 두 종족은 그 유닛이 가진 개성이 얼마나 잘 나타났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얼마나 영어를 잘 옮겼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의 공개된 번역이 과연 이 작업을 제대로 이루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적의 자원을 뺏는다거나 하는 역할과는 별로 연관이 없어보이는 Marauder가 "약탈자", Ghost 병사들을 훈련하는 훈련소가 "유령사관학교"라고 번역되는 현재의 번역이 과연 "유닛이나 건물의 개성을 제대로 살린 번역"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그 개성이 죽어버리고 알 수 없는 용어가 되어버린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한글>직역, 이 자체가 말도 안되는 거지요. apple-사과 처럼 완벽하게 1:1대응되는 단어라면 상관없겠지만, 사실 이정도로 잘 매치가 되는 단어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영어와 한글은 너무나도 차이가 큽니다.
제대로 할려면 <영어→관념>작업을 거친 후에 그 생성된 관념을 가지고 <관념→한글>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 결과로 영어와 완전히 다른 한글이 나온다 해도, 그게 정확한 거지요.
Marine이 해병으로 되어버리는 촌극이 바로 관념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one of a class of soldiers serving on shipboard or in close association with a naval force 라는 의미인 marine 이 '해병'이 되어선 안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또한, 영어권 사람들이 Marine 이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도 제각각 조금씩 다르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해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릴 바로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겁니다. (이라크 전쟁 등으로 USMC의 이름이 많이 팔린 지금은 USMC를 떠올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그러니, Marine을 해병이라 하는건 상식적인 선에서 적절한 단어를 찾아 넣었다고 봅니다.
이번 스타2의 테란 유닛 같은 경우 WOW의 리치왕의 분노에서 그러했듯 "북구 신화"의 요소가 많이 가미된 경향이 있는데, Thor의 경우 "오딘의 동생인 뇌신으로, 번개의 망치인 묠니르를 휘두르면 적이 박살나지만 조금은 순진해서 약삭빠른 상대에게는 취약하다"라는 이미지에서 "강력한 화력을 갖지만 회전속도가 느려서 빠른 유닛에게 약하다"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음차해서 사용이 된 반면, Raven의 경우 "갈까마귀는 오딘이 세상을 감시하기 위해 부리는 동물로 검은 깃털을 가진 새"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테죠.(물론 검은 색에 새를 닮은 비행 유닛이라는 의미는 충분히 담고 있지만 왜 디텍터의 이름에 이런 이름이 붙는가는 배경 정보를 알지 못하면 생각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결국 중의적 표현을 가진 단어에 대해서 국어로의 표현은 관념을 뭉뚱그리는 충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WOW가 부분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번역을 성공적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관념적 전달이 그나마 잘 이루어진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우레폭풍"이라거나 "먼지진흙 습지대", "검은 바위 산"같은 표현들 말이죠)
북구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토르와 레이븐을 보고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것이며, 북구신화를 아는 사람은 토르와 갈까마귀를 보고도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을겁니다.
이건 단순히 기반 지식의 문제이지 언어의 문제는 아닙니다.
번역에 있어서 "아는 것"은 곧 언어의 문제가 됩니다.
80년 초에 해외 소설이 번역되었을 당시에 "She is wearing Nike."라는 표현이 등장한 바 있는데, 그 소설을 번역한 역자는 Nike가 상표명이라는 배경 지식이 없어서 사전적 의미인 "승리의 여신"에 끼워맞춰서 억지로 "그녀는 복수의 화신이 되었다"라는 오역을 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나이키가 국내에 없던 시절의 해프닝이죠.
동일한 단어라고 하더라도 용법에 따라서 그 언어권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왜 Thor라는 이름이, Raven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없게 되고, 단순히 사전적인 의미로 직역되어 번역된다면 글쎄요?
게이머에게 기반 지식이 없으면 레이븐이라고 하더라도 까마귀 이상의 의미를 알지 못할 것이고, 기반 지식이 있으면 갈까마귀라고 하더라도 오딘을 떠올릴 수도 있을거란 의미입니다.
하지만 게임에 몰입하는데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magicion, sorcerer, conjurer, warlock, wizard 등등의 차이점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몇 %나 될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한글화를 한답시고 마법사라고 모두다 번역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외국인들 만큼 그 단어를 보고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을까요?
제가 우려하는 바는 이것입니다. 만약 저것을 마법사라고 모두 번역을 했고 원어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칩시다. 저같이 환타지 매니아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음에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죠.
디아블로 3에 witch doctor 라는 신규직업이 등장한답니다. 그것을 아직 한글화된 건 아니겠지만..(그리고 블리자드측의 번역인지 기자들의 번역인지 모르겠지만) 의술사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동일할까요?
왜 의술사가 꼭 와우의 주술사같지?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물론 witch doctor와 sharman도 다릅니다만)
한가지 예를 들자면.
한국의 게임에 등장하는 처녀귀신을 영어로 번역한답시고 스펙트리스라고 한다고 칩시다.
그리고 그 귀신은 자신을 버린 남자를 복수하는 것을 도와줄 것을 요구하는 NPC라고 합시다.
그러면 서양인들은 그 스펙트리스에 대해 의아해 할 것 입니다.
기반지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게임을 즐기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한국 문화를 아는 서양인이 볼경우 실소하겠죠. 그리고 번역에 아쉬움을 표하겠죠.
결국 중요한 것은 문화가 달라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굳이 끼워맞춰 번역해야하는가? 라는 것입니다.
게이머의 지식 말씀하셨지만.. 한국인들중 처녀귀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서양인의 경우도 환타지 매니아(서양에서는 환타지 좋아하면 오덕? 비슷한 취급을 한다더군요) 들에게는 말만 들어도 딱 와닿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그걸 끼워맞춰야할까요?
부두교의 네크로멘시를 사용하는 트롤의 주술사들이 위치닥터였습니다.
그리고 디아블로의 위치닥터의 이미지를 보면 워3의 트롤 위치닥터와 비슷하던데요..
근데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나요?
부두교의 네크로멘시를 사용하는 트롤의 주술사 = 의술사
가 과연 제대로 의미전달이 되는 번역일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외국인이 위치닥터라는 적을 볼 때.. 저놈은 대략 어떤 놈이겠구나 하는 것 하고.
한국인이 의술사라는 적을 볼 때.. 저놈은 대략 어떤 놈이겠구나 하는 것 하고.
이거 2개는 천지차이가 아닐까? 하는데요?
에이리언 같은 류의 영화에서 이미 십년도 훨씬 전 부터 해병(앞에 '우주'가 붙긴 했습니다)이라는 식으로 잘 통용되었으니까요.
아마 Shaman과 Witch Doctor는 지역적인 특색에 의해 구분되는 주술사의 타입이라고 해야겠지요. Shaman이 강령이나 술법같은 쪽에 중점이 되는 아시아 쪽의 성향(무당, 도사, 인디언 주술사 등)이라면 Witch Doctor는 약물이나 저주 쪽에 중점을 둔 성향(부두교의 주술사나 아프리카의 주술사 등)이라고 할까요? 솔직히 WOW에서 Witch Doctor를 "의술사"로 번역한건 조금 매칭이 안되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실제로도 쓰는 스킬들이 저주나 독극물들을 사용하는 타입이니 "부두교 주술사"쪽이 의미 전달 쪽에서는 나았을 듯 합니다.(트롤들이 항상 말하는 "부두교의 가르침을 받게"하는 대사들을 고려해도 말이죠)
서린 님//
Marine->해병은 큰 거부감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Bunker->엄폐호나 Defence Drone->지점 방어 유도기 같은 번역이 익숙할까요? 벙커는 이미 외래어로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이고 Defence Drone은 본래의 목적에 맞추어 "피해 흡수장치"나 "지역 보호장치"같은 쪽이 오히려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위치닥터는 미국같은 영어를 쓰는 영어권 국가에서 나온 존재가 아니라, 아프리카같은 곳에서 나온 개념이죠.
그럼 위치닥터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쓰인 본래의 어휘를 썼어야 합니다.
위치닥터를 의술사로 번역한 것이 부정된다면,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원주민 요술사를 영어로 옮긴 위치닥터도 부정되어야 합니다.
엄폐호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단어이기도 하고, 군대 용어라는 것이 은근히 보수적입니다.
일반적으로 탄창彈倉이라고 불리는 Magazine을 군대에선 '탄알집' 이라는 생소한 용어로 부릅니다.
엄폐호 같은 생소하고 딱딱해 보이는 어휘 역시 군대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Witch Doctor의 경우엔 역할적으로 비슷한 아프리카, 태평양 도서, 동유럽 지방의 주술사들의 개념을 총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Witch Doctor->의술사의 경우와는 다릅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번역은 1:1로 해당하는 단어를 옮기는 것보다는 원어가 지칭하는 개념을 해당 국가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로 치환하는 과정이니까요.
엄폐호의 경우도 위에서 말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어휘가 아닐 뿐더러 단어 자체가 가져다 주는 이미지 자체도 모래 주머니를 쌓거나 참호를 파서 만드는 진지의 느낌 쪽이 강합니다.("호"라는 글자가 갖는 의미가 땅을 파서 만든 도랑이기 때문이죠) 그런 식이라면 오히려 스타의 벙커는 특화점(토치카)에 가깝다보니 의미적으로나 이미지적으로나 벙커를 그대로 사용하는 쪽이 나았습니다.
내용상으로는 폭탄이나 총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지하' 구조물입니다. 엄폐호와 다를 바 없는 내용입니다.
계속 이야기가 헛돌고 있는데, 지금 Bunker와 엄폐호 간의 사전적 의미의 문제를 논하는게 아닌걸로 압니다만?
Bunker와 엄폐호가 사전적으로 의미가 아무리 같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다르면 그게 번역입니까? 번역기 돌리는 작업이지.
벙커건 엄폐호건 이와 관련한 논쟁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문과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부분만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도는 기분이 드네요.
더군다나 제가 인용한 사전은 번역 과정에서 의미의 손괴가 일어날 수 있는 영한사전이 아니라 의미 손괴가 거의 없는 영영사전입니다.
결국 님이 말씀하시는 벙커의 이미지는 엄폐호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골프에서도 벙커는 움푹 패여 있는 장애물을 의미합니다. 같은걸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은 주인장님입니다. 더군다나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적인 개념 자체가 거의 통일되었기도 하고, 새로운 개념이 동시에 등장합니다. 즉 다른 분야는 몰라도 최소한 군사 분야에서의 용어는 의미 손괴가 발생할 염려가 거의 없습니다.
또한 스타크의 벙커가 지하 구조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린처럼 비슷한 역할을 하던 무언가의 이름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좀더 극단적인 예로서, 지금의 미국 기병대는 말을 타지 않습니다. 또한 영국의 척탄병은 더이상 수류탄을 유일한 무장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엄폐호'라는 단어에 대해 두 분이 떠올리는게 다른 것 같습니다.
류가희 님은 Trench. 참호를 떠올리신 것 같고,
J H Lee 님은 Bunker 를 떠올리신 것 같네요.
제 경우도 엄폐호라는 말을 들으면 Bunker 가 먼저 생각나는데... ....
이것도 결국 개개인의 경험이나 지식 등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에서의 마린과 한국에서의 해병대의 이미지와 역할은 매우 유사합니다
또한 해병대를 보병과 동일하게 운용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주해병이라고 번역했으면 나았다고 보지만, 워해머의 팬들에게 두들겨 맞을 것에 지레 겁먹은 걸지도요.(스타가 처음 나왔을 때 워해머나 스타쉽트루퍼스 닮았다고 은근히 시끄러웠으니...)
하지만 콜로서스가 거상이 되고 피닉스가 불사조가 되는 건 좀 싫습니다.
콜로서스는 그리스 신화고 피닉스는 이집트 신화인데 그걸 번역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도깨비불을 보고 [위습]이라고 하고, 도깨비를 보고 [트롤]이라고 하는 거랑 차이가 없어 뵌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한글화 할 거면 뮤탈, 히드라, 울트라도 좀 해 줬으면.
굳이 따지면 자유의 여신상도 콜로서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닉스=불사조 이것도 틀리지 않습니다.
불사조라는 한자 조어가 가리키는 환상의 생명체는 피닉스밖에 없습니다.
이미지적으로 주작, 봉황 등이 이집트 신화의 피닉스에 대응하기는 하지만 이들은 불사조가 아니죠.
하지만 Colossus가 거상인건 조금 그렇죠. 巨商이 생각나니까요.
물론 번개신, 해적단, 여자유령 같은 억지 번역을 못할거야 없지만 진짜 이러면 뜻이고 뭐고 없는게 되다보니...
피닉스는 일식날이 되면 쇠똥구리가 굴려 오는 태양이 헬리오폴리스의 거대 피라미드 위에 멈췄을 때 그 안에 알을 낳고 죽습니다(그게 일식). 그 사이 쇠똥구리가 쉬다가 일식 시간이 다 되면 다시 태양을 굴려 가는데, 그 때 다시 피닉스가 깨어나죠. 참고로 동양의 불사조는 그냥 죽지 않을 뿐, 태양 속에 알을 낳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봉황은 아예 불사조와는 개념 자체가 틀리고요.
...그러고보니 스카라베(영문권에선 스캐럽)쇠똥구리라 해야 하나...
봉황이나 주작 삼족오 따위는 들어 봤어도 불사조는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봉황, 주작 등은 암수의 구분이 있고 수명이 존재하는 생물이기에(이들이 죽으면 세상의 모든 새들이 슬피 운다고 합니다) 불사조의 범주에 넣을 수 없습니다.
고로 피닉스=불사조가 맞습니다. 예외적으로, 봉황이나 주작을 번역할때 피닉스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엄격하게 동양의 봉황, 주작을 의미할땐 Fabulous bird라고 표기합니다. 동양의 신룡을 중국어 발음으로 용인 "룽"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근데 진짜 약탈자는 좀 아닌듯
말 그대로 "전설의 레전드", "어둠에 다크"
필요한 건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서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일 겁니다.
무엇보다, 일관성 측면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거죠. 저그 건물 번역 같은 경우 "Den", "Warren", "Cavan", "Pit", "Nest"식으로 테크 건물들을 지칭하는데 각기 굴, 소굴, 동굴, 구덩이, 둥지 식으로 번역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 경우에는 이 모든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속성(해당 유닛을 뽑기 위한 유전자 정보가 보관된 장소)을 추상화 하여 하나의 표현으로 정리했다면 오히려 나았다고 생각되는군요. "히드라리스크 굴", "잠복자 굴", "바퀴 소굴", "감염 구덩이", "울트라리스크 동굴"식으로 제각기 나누는 것이 아니라 "히드라리스크 둥지", "잠복자 둥지", "바퀴벌레 둥지", "감염자 둥지", "울트라리스크 둥지" 식으로요. Spire와 Greater Spire가 "둥지탑", "거대 둥지탑"이니 저그 건물중에 "둥지"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거기에 해당하는 유닛을 뽑기 위한 테크건물이구나 하는 직관성도 부여되고... 개인적으로는 "Missile Turret"과 "Auto-Turret"을 "미사일 포탑", "자동 포탑"으로 번역한 것도 과도한 직역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투사체 포탑'이나 이런 식으로 하지 않고?
현재까지 접한 정보 속에서 SC2 의 번역은 음역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건 아니면서
이상한 부분에서 훈역을 고집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블리자드는 아무쪼록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을 다시 고려해보는게 좋을 듯.
(번역하기 어렵다고 억지로 한자를 짜맞춰 신조어를 만들어내는건 좀....)
그러고 보니 Dune II에도 성이 등장하긴 하는군요. 하지만 Siege Tank를 "공성 전차"로만 번역해버리기엔 Siege Tank의 전술적/전략적 쓰임새가 너무 광범위하더군요. 예를 들어, Siege Weaponry는 당연히 공성 무기로 봐야 한다고 봅니다만 (예를 들어 Trebuchet/Perrier 같은 공성 이외엔 다른 효용이 없는 무기들) 저걸 Siege Tank에까지 의미를 확장시킬 수 있느냐고 하시면 그건 아니라고 할겁니다. 최소한 Dune II에서의 Siege Tank는 전열을 생성하고, 적진을 향해 쇄도하는 군단의 1열로서 그 가치가 가장 컸지, 성을 공략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는 유닛은 아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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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서라면 다른 이야기가 아니겠나 싶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 스타에선 탱크가 튼튼한 몸빵과 빠른 속도를 동반한 충격의 전달자 내지는 전열을 생성하는 총알받이이기보다는, 후방에서 포격으로 건물을 부수는 후방지원 유닛의 의미가 강하긴 하니까요.
공성전이라고 표기를 할때는 한자어 그대로 성이나 요새를 포위 공격 하는 것이지만, 공성병기라고 하면 강력한 화력을 가진 느린 무기(요새포, 발석차 같은)나 상대의 집중 포화를 뚫고 돌격할 수 있는 중장갑 무기(파쇄차, 귀갑차나 이동망루 등)를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결국 관용적인 의미로 Siege는 "성에 대한 공격"과 함께 "적 거점에 대한 돌파"를 동시에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전방에서 강력한 맷집으로 버티며 돌진하는 행동과 후방에서 장사정거리를 이용한 지원사격을 하는 것 모두 Siege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스타의 Siege Tank는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볼 수 있으니 공성 전차로 번역이 된다고 해서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긴 합니다. 기능적으로는 "각개전투가 가능한 자주포"이긴 하지만서도...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어를 한글, 고유어 또는 토박이말을 순한글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한글이란 것은 한국어를 적는 문자거든요. 한글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들은
"알파벳"이나 "가나"나 "한자"와 같은 "문자"들입니다. 영어를 중국어로 번역한다고 <한자화>
라고 하거나, 일본어로 번역한다고 <가나화>라고 하진 않는데 한국에서는 국어의 여러 면면중 한글에 대한 강조가 너무 강하다보니, 한글이 한국어를 가리키는 이름처럼 통용되고 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번역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를 Geimbeonyeok, Dansunhan munjeneun anida, 揭任翻譯, 單順旱 問題隱 亞尼多로 쓴다고 해도 이것들은 여전히 한국어이지만,
한글로 쓴 <게-무 혼야쿠 단쥰나 문다이데와 나이>와 같은 문장은 분명 한글로 쓰인 문장이긴 하지만, 한국어는 아닐 것 입니다.
빨리 나오기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