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4일
아마추어 번역과 스타크래프트 2
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part 2.
일본어나 영어 번역을 할 때마다 항상 고민을 하는 부분이 있다.
"과연 내가 선택한 이 용어가 해당 단어의 의미에 근접해 있는가"이다.
최대한 직역을 없도록 노력을 해보지만, 나중에 살펴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직역을 해버린다거나 해당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대략 5년 전에 일본어 단어에 미숙한 때였을 때 "兎に角"란 단어가 뭔 소리인지 알 수 없어서 한참을 고생하다가 "토니카쿠"(어쨌거나)라는 것을 깨닫고는 벽에 머리를 박은 적도 있었다.("우사니츠노"(토끼뿔)로 읽으니 당연히 해석이 될리도 없고, 사전에서 찾을 수도 없었다)
영어를 번역할 때도 마찬가지다. 영어 단어의 직업이나 명사화 과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인 "~er", "~or".
무의식중에 이 접미사를 "~하는 자"라는 의미로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가 많이 등장하게 되면 수많은 "~자"의 향연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뜻은 통한다. 비록 그것이 한자어로의 치환에 불과하더라도 원래의 한자가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면 사전적인 의미로는 별 문제가 없어지니까. 비록 원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색함이 느껴질 지언정, 번역본을 보는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해지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좋은 번역일까?
테란의 건물에 "Orbital Command"가 있다. 현재 "궤도 사령부"로 번역이 되어있다. 직역하면 분명 말은 된다. 하지만 과연 뉘앙스 측면에서 이해가 되는가? 과연 "궤도 사령부"라는 말이 "행성 궤도(Orbital) 위에 떠다니는 인공위성들을 통제(Command)하고 그들이 보내오는 정보를 송수신 하는 기지"의 의미, 뉘앙스를 과연 표현하고 있을까?
저그의 경우를 살펴보자. 저그의 경우 유난히 "~자"의 번역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Curruptor"는 "타락자", "Infester"는 "감염자"로 번역이 되어있다. 하지만 한국어에서 과연 저 번역된 단어들이 사용되는 방식은 어떠한가? "타락자"는 "타락한 대상"이며 "감염자는 감염된 대상"이다. 즉, 타락자는 의미하는 영어표현이 "Fallen"이나 "Renegade"를 연상하게 만들며, 감염자는 "Patient"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자" 식의 표현이 대상이 꾸며주는 접두어에 대한 능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수동적인 의미로 변질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잘 된 번역이라고 보기 어렵다.
스타 2의 번역과 관련해서 WOW의 경우를 예로 자주 드는데 WOW의 경우 "Thunder Fury"를 "천둥분노"가 아닌 "우레 폭풍"이라는 식으로 뉘앙스를 살리는 번역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스타 2의 번역안이 과연 이러한 "맛깔나는" 번역인가 하고 생각하면 그저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스타 2의 번역은 단어 자체가 갖는 의미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번역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의 추상화"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Forge"를 "제련소"으로 번역해서 단어 자체의 원래 의미와도 심각하게 동떨어지는 번역이 남발해 버리는 것이다.(개인적으로는 프로토스의 설정에 맞추어 "아둔의 모루"같은 시적 표현이나 "병기 연구소"같은 기능적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라도 "대장간"이면 오히려 뜻이 맞는다)
그 외에도 "Missile Turret"을 "미사일 포탑"으로 번역한다거나(개인적으로는 이 단어는 "대공포"라는 기능적으로도 동일하고 뉘앙스로도 유사한 익숙한 사용단어가 있다), SCV를 "우주건설차량"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용어 그대로 써버리거나, "Brood Mother", "Broodling"과 같이 그대로 음차해버리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일관성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도 의문이다. 해당 국가에 맞는 로컬라이징을 하겠다면서 그 나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억지로 사용하거나, 대체할 단어가 없을 때는 그냥 손을 놓아버리는 이 모습에서 사람들은 일관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 번역이 잘 되었다는 WOW에도 단어를 분해해서 직역해놓는 만행이 잦다는 것은 현재의 블리자드 번역팀의 신뢰도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멋진 대체어를 찾아낸 경우만큼이나 오역, 번역기 수준의 직역도 심심찮에 보이는 데다가 불타는 성전 이후로 영문의 신조어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대로 직역해버리는 경우가 보이기 때문에 스타 2의 번역에도 이러한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실제로 최근 WOW엔 우리나라에서 뜨거운 물에 들어가며 "시원하다~"라고 하는 것을 "So Cool!"이라거나 잘못한 일을 비아냥 거릴때 "잘 하는 짓이다"를 "Good job"이라고 번역하는 듯한 느낌의 영->한 번역을 볼 수 있다)
무분별한 음역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단순하기 그지 없는 직역은 더더욱 싫다.
정확히 필요한 곳에, 적절한 번역이 이루어 지는 것에는 불만을 갖지 않지만 21세기인 현재에 회사에 다니고 있는 "Albert Bauer"씨를 한국어에 맞게 해석한다고 "농사꾼네 알베르트"라고 번역하는 것이 싫다는 소리다.(필자는 톨킨파가 아닌 예이츠파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Lurker를 "잠복꾼"이라는 어중간한 직역보다는 "지하촉수벌레"로, Reaper를 "사신"이라는 "Grim reaper"를 생각나게 하는 번역보다는 "학살보병"이나 "기동대"식으로 의역하는 편이 그들이 바라는 진정한 "로컬라이징"일 것이다.
일본어나 영어 번역을 할 때마다 항상 고민을 하는 부분이 있다.
"과연 내가 선택한 이 용어가 해당 단어의 의미에 근접해 있는가"이다.
최대한 직역을 없도록 노력을 해보지만, 나중에 살펴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직역을 해버린다거나 해당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대략 5년 전에 일본어 단어에 미숙한 때였을 때 "兎に角"란 단어가 뭔 소리인지 알 수 없어서 한참을 고생하다가 "토니카쿠"(어쨌거나)라는 것을 깨닫고는 벽에 머리를 박은 적도 있었다.("우사니츠노"(토끼뿔)로 읽으니 당연히 해석이 될리도 없고, 사전에서 찾을 수도 없었다)
영어를 번역할 때도 마찬가지다. 영어 단어의 직업이나 명사화 과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인 "~er", "~or".
무의식중에 이 접미사를 "~하는 자"라는 의미로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가 많이 등장하게 되면 수많은 "~자"의 향연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뜻은 통한다. 비록 그것이 한자어로의 치환에 불과하더라도 원래의 한자가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면 사전적인 의미로는 별 문제가 없어지니까. 비록 원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색함이 느껴질 지언정, 번역본을 보는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해지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좋은 번역일까?
테란의 건물에 "Orbital Command"가 있다. 현재 "궤도 사령부"로 번역이 되어있다. 직역하면 분명 말은 된다. 하지만 과연 뉘앙스 측면에서 이해가 되는가? 과연 "궤도 사령부"라는 말이 "행성 궤도(Orbital) 위에 떠다니는 인공위성들을 통제(Command)하고 그들이 보내오는 정보를 송수신 하는 기지"의 의미, 뉘앙스를 과연 표현하고 있을까?
저그의 경우를 살펴보자. 저그의 경우 유난히 "~자"의 번역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Curruptor"는 "타락자", "Infester"는 "감염자"로 번역이 되어있다. 하지만 한국어에서 과연 저 번역된 단어들이 사용되는 방식은 어떠한가? "타락자"는 "타락한 대상"이며 "감염자는 감염된 대상"이다. 즉, 타락자는 의미하는 영어표현이 "Fallen"이나 "Renegade"를 연상하게 만들며, 감염자는 "Patient"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자" 식의 표현이 대상이 꾸며주는 접두어에 대한 능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수동적인 의미로 변질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잘 된 번역이라고 보기 어렵다.
스타 2의 번역과 관련해서 WOW의 경우를 예로 자주 드는데 WOW의 경우 "Thunder Fury"를 "천둥분노"가 아닌 "우레 폭풍"이라는 식으로 뉘앙스를 살리는 번역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스타 2의 번역안이 과연 이러한 "맛깔나는" 번역인가 하고 생각하면 그저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스타 2의 번역은 단어 자체가 갖는 의미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번역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의 추상화"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Forge"를 "제련소"으로 번역해서 단어 자체의 원래 의미와도 심각하게 동떨어지는 번역이 남발해 버리는 것이다.(개인적으로는 프로토스의 설정에 맞추어 "아둔의 모루"같은 시적 표현이나 "병기 연구소"같은 기능적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라도 "대장간"이면 오히려 뜻이 맞는다)
그 외에도 "Missile Turret"을 "미사일 포탑"으로 번역한다거나(개인적으로는 이 단어는 "대공포"라는 기능적으로도 동일하고 뉘앙스로도 유사한 익숙한 사용단어가 있다), SCV를 "우주건설차량"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용어 그대로 써버리거나, "Brood Mother", "Broodling"과 같이 그대로 음차해버리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일관성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도 의문이다. 해당 국가에 맞는 로컬라이징을 하겠다면서 그 나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억지로 사용하거나, 대체할 단어가 없을 때는 그냥 손을 놓아버리는 이 모습에서 사람들은 일관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 번역이 잘 되었다는 WOW에도 단어를 분해해서 직역해놓는 만행이 잦다는 것은 현재의 블리자드 번역팀의 신뢰도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멋진 대체어를 찾아낸 경우만큼이나 오역, 번역기 수준의 직역도 심심찮에 보이는 데다가 불타는 성전 이후로 영문의 신조어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대로 직역해버리는 경우가 보이기 때문에 스타 2의 번역에도 이러한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실제로 최근 WOW엔 우리나라에서 뜨거운 물에 들어가며 "시원하다~"라고 하는 것을 "So Cool!"이라거나 잘못한 일을 비아냥 거릴때 "잘 하는 짓이다"를 "Good job"이라고 번역하는 듯한 느낌의 영->한 번역을 볼 수 있다)
무분별한 음역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단순하기 그지 없는 직역은 더더욱 싫다.
정확히 필요한 곳에, 적절한 번역이 이루어 지는 것에는 불만을 갖지 않지만 21세기인 현재에 회사에 다니고 있는 "Albert Bauer"씨를 한국어에 맞게 해석한다고 "농사꾼네 알베르트"라고 번역하는 것이 싫다는 소리다.(필자는 톨킨파가 아닌 예이츠파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Lurker를 "잠복꾼"이라는 어중간한 직역보다는 "지하촉수벌레"로, Reaper를 "사신"이라는 "Grim reaper"를 생각나게 하는 번역보다는 "학살보병"이나 "기동대"식으로 의역하는 편이 그들이 바라는 진정한 "로컬라이징"일 것이다.
# by | 2009/07/04 03:48 | Game | 트랙백 | 덧글(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는 훼이크고 정말 스타 2 번역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냥 그대로 쓰지..
라틴어권 언어와 한국어의 차이는 의외로 심하다고요.